2012년 11월 9일 금요일

공감은 돈보다 강하다(Empathy is stronger than money)


@CNN


모든 미국 대통령은 스토리가 있다.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통치체제이자 민주주의를 만들어 냈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부터 '테러와의 전쟁'으로 8년을 보냈던 조지 W 부시까지 스토리가 없는 대통령은 없다. 하지만 오바마는 남다르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이어 최초의 '재선' 흑인 대통령이 됐다. 4년전에는 흑인대통령이라는 상징성과 오바마의 개인적인 인기가 그 의미를 덮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의 재선은 미국이 달라졌으며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New America'의 확실한 모멘텀이 될 것 같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결정적 영향으로 독립을 하게 된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이기도 하다. 
모든 세계가 하이퍼 커넥티드(Connected)된 2012년. 미국의 변화는 정치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근본적 변화에도 시사점을 주는 것이기에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의 대선 결과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도 분석이 필요하다. 
선거 다음날(11월 7일) 스탠포드대 정치과학과 샨토 렌거(Shanto Lyengar) 교수와 인터뷰과 토론 그리고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미국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를 키워드로 풀어본다. 


@CNN



Liberal America  

미국이 변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의 인구 구성(Demography)이 변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은 더이상 백인(White)을 위한 국가가 아니며 인종적으로도 흑백으로 구분되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히스페닉과 아시안 이민자들이 크게 늘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히스페닉은 이번에 70%가 오바마에 투표했다. 30%는 롬니 지지자였다. 히스페닉은 그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와 뉴욕주, 뉴저지주가 민주당 아성으로 굳히는데 하는데 영향을 미친데다 뉴맥시코와 콜로라도에서 오바마가 이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 중부에 위치한 뉴맥시코와 콜로라도는 그동안 공화당 텃밭으로 인식되던 지역이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민주당은 히스페닉에 더 공을 들이고 공화당도 히스페닉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히스페닉을 잡지 못하면 공화당은 앞으로 동서부 뿐만 아니라 중부에서도 승리를 점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안들도 70%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일명 '타이거 국가' 출신인 아메리시안(Amerisian)들은 최근들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수자들이다. 학교에서 줄곳 상위권을 차지하고 돈도 많다. 그래서 아메리시안들의 정계 진출도 빨라질 것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최초의 게이(레즈비언) 상원의원이 나왔으며 콜로라도와 워싱턴주에서는 마리화나(대마초)가 합법화 됐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민주당이 상하원 의석 합쳐서 공화당에 관계없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슈퍼 메이저리티(Super-Majority)' 를 차지했다. 

이 같은 변화는 물론 '점진적'인 것이다. 한꺼번에 확 바뀐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멘텀을 받아서 메인 트랜드로 자리잡은 것은 확실하다.  


  *시사점 : 미국을 힘있고 군대를 앞세우며 그들의 파워를 과시하는 '엉클 샘'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의 논리는 점차 설땅을 잃을 것이다. 미국이 좀 더 리버럴해지고 좀 더 인간적인 얼굴을 한 미국인 오바마가 재선됨에 따라 반미 목소리도 위상을 잃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반미? 아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반미'를 내세우며 국민들을 왜곡하고 있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의 테러리스트들이 1차로 위기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한국내 종북반미도 '더' 설땅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CNN


Empathy is stronger than money

한국의 좌파(?)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심지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왜 노동자, 빈민들이 보수우익에 투표하는가?"란 주제다. 계급 투표를 하지 않는가라는 주제. 노동자당, 혹은 진보 성향의 정당이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들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왜 지지를 얻지 못하는가?란 의문. 
답은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질문은 놓치기 쉬운 것이 있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하루 아침에 쌓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이성적인 판단과 자신의 역사적 경험 그리고 미디어에 도출되는 뉴스 등을 통해 정치적 사회화(Political Socialization)를 거쳐 종합적으로 형성된다. '진보냐 보수냐' '노동자냐 자본가냐' '영남이냐 호남이냐' '도시나 시골이냐' '나이가 어린가 많은가'등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장기적, 단기적 경험(Heuristics)에 비춰 종합적인 판단으로 정치적 아이덴티티를 결정한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7.2%가 넘으면 재선이 힘들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F.D.R 이후 실업률이 높은 대통령이 재선된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기 때문. 경기가 안좋고 실업률이 높으면 여당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마련. 일자리가 계속 없어지는데 이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바꾸면 좀 낳아지지 않을까? 빌 클린턴이 1992년 선거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라고 외치면서 조지 부시의 재선을 막지 않았나.

밋 롬니가 공화당 후보가 된 것도 '경제 문제 해결사' 이미지 때문이었다. 베인앤컴퍼니 사장 출신에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롬니는 공화당 경선에서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고 전당대회에서도 오바마는 무능하고 경제를 파탄냈으며 자신이 이 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선거 전략을 짰다. 
롬니는 선거 캠페인 중에도 스윙 스테이트를 돌면서 "살림살이 좀 낳아지셨습니까? 오바마는 경제 위기를 돌파한다면서 위원회나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기업을 살리고 세금을 낮춰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그는 경제가 침체에 허덕이면서도 선거인단수가 많은 플로리다와 스윙스테이트 아이오와, 오하이오에 유세를 집중했다. 
결과는? 알다시피 오바마의 압승이었다. 오바마는 실업률이 8%대에 육박(선거 직전 두달동안 실업률이 낮아졌으나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경제 펀더맨털은 결코 좋아지지 않았다)했으면서도 재선된 유일한 대통령이 됐다. 경제가 바닥을 치고 실업률도 놓으면서도 스윙스테이트인 플로리다, 아이오아, 오하이오는 모두 오바마가 가져갔다. 롬니나 공화당이나 진짜 이길줄 알았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건가.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휴리스틱스(Heuristics)'다. '어림법'이라는 어림없는 용어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대게 그렇다'고 보는 경험적 지식. 발견적 지식을 뜻한다. 의사결정을 할때 비효율적이고 말 안되는 것을을 제거한 뒤 나름대로 경험에 비춰 가장 효율적이고 적당한 답을 찾아서 '상식화'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초연결사회, 하이퍼 커넥티드 사회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 SNS를 통한 정보, 미디어에서 접하는 뉴스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보다. 거의 맞다고 보면 된다"라고 믿게끔 하기 때문에 휴리스틱스는 이제 '신념'이 된다. 
휴리스틱 투표(Heuristic Voting)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후보자의 퍼스낼러티(성향, 개인 취향 등)다. "그는 나를 케어해줄까?" "나의 문제에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오바마와 롬니 중에 누가 내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라 "누가 나와 공감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한 것이다. 
실제로 롬니는 대선을 약 60일 앞둔 지난 9월 17일 문제의 47% 발언("47%의 미국인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정부에 의존하면서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어떤일이 있어서 오바마에게 투표할 이 사람들에게 지지를 호소하지 않을 것이다"는 발언)이 공개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롬니가 콧대가 높고 슈퍼부자인데다가 서민들과 공감할 수 없다는 이미지에 쐐기를 박았다. (심지어 첫째 TV토론에서 오바마가 롬니의 47% 발언을 공격하지 않았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은 오바마를 공격했다. 그 정도로 이 문제는 이번 선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만약! 오바마가 졌다면 어떤 분석 기사가 나왔을까? 아마 실업률이 높아서, 경제가 안좋아서란 분석이 많았을 것이다. 왜냐. 롬니가 그것을 내세웠으니까 먹혔겠지.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지금까지 알던 미국이, 미국인이 아니다. 펀더멘털은 '그다지' 펀더멘털이 아니게 됐다(Fundamental is not so much fundamental)
팬은 무기보다 강하다? 물론... 하지만 냉전시대에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커넥티드 시대에는 '공감은 돈보다 강하다(Empathy is stronger than money)'란 말로 대체되야 할 것이다. 

 *대선을 앞둔 한국에 시사점? 공감은 돈보다 강하다란 표현보다 더 좋은 시사점이 있을까? 


대표적 슈퍼크런처로 스타가 된 '네이트 실버' @CNN


Super Crunchers and Mobilizing 

대선에서 소셜네트워크(SNS)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의 미국 연수 연구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위터, 페이스북은 여론 형성에 중요햔 역할을 했을까? 오바마의 당선에 트위터 팔로와 페이스북 페이지는 도움을 줬을까?란 가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가설은 너무 좁은 설정이었음을 느낀다. 이번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변수는 웹도 SNS가 아니었다. '데이터' 였다. 웹과 SNS는 데이터를 좀 더 정확하고 저렴하게 수집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빅데이터(Big Data)?' 맞긴하다. 하지만 나는 빅데이터란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 그것은 유행어이자 데이터 마이닝의 본질을 가리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언론, 정부, 기업 등에서 빅데이터란 단어를 쓰는 순간 그 본래 뜻은 없어지고 IBM이란 이름만 남게 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빅데이터는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단어지만 원래 분석 사업에 뛰어든 IBM에서 만든 용어다).    
이번 대선은 사상 최대의 '데이터 선거' 였다(SNS 선거가 아니다).  
오바마와 롬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웹사이트 등을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알아내고 그들에 맞는 광고를 집행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에 열을 올렸다. 

다음은 뉴욕타임즈 기사를 번역한 기사다(2012. 10. 29일자)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양 캠프는 자기 홈페이지 방문자를 인터넷상에서 추적하는 '웹 트래커'를 적극 활용해 '지지자 포섭'에 활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한 대학생은 오바마 지지자이지만 최근 롬니 사이트에 한 번 접속한 이후로는 컴퓨터에 계속 "롬니가 진정한 리더"라는 내용의 배너광고가 뜨고 있다. 이는 롬니 사이트에 설치된 웹 트래커가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오바마 홈페이지에는 76개, 롬니 홈페이지에는 40개의 트래킹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이는 웬만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보다 많은 수준이다. 양 캠프는 이를 통해 네티즌들을 '스토킹'하듯이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광고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양 캠프가 단순히 네티즌의 인터넷 방문 사이트를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개인의 관심사 등을 파악해 맞춤형 광고까지 내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민주당은 보트빌더(VoteBuilder), 공화당은 GOP데이터센터(GOP Data Center)라는 데이터베이스에 방대한 유권자 개인 정보를 축적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캠프는 자원봉사자들이 오바마의 정책은 물론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까지 자체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또 후보들과는 별도로 민간업체에서는 대선 여론조사 추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 선거광고에 돈을 댄 단체의 정보를 알려주는 앱 등이 출시돼 선거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NYT는 "선거 때마다 후원금 액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듯이, 선거전에 활용되는 온라인 기술도 매번 신기원을 열고 있다"고 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29/2012102900142.html?news_Head2

실제로 그랬다. 오바마 홈페이지에 접속하기만 해도 76개의 트래킹 프로그램이 따라다녔다. 클릭하면 큰일난다. 끊임없이 쫓아다녀서 페이스북 광고에도 나오고 이메일도 날아온다. 
오늘자 타임지(Times)에는 이 같이 인터넷 이용자들을 끊임없이 추적하는 오바마 캠프의 데이터팀이 공개됐다. 
다음은 타임과 폴리티코를 번역한 기사(2012년 11월 8일자)
 http://swampland.time.com/2012/11/07/inside-the-secret-world-of-quants-and-data-crunchers-who-helped-obama-win/?iid=sl-main-belt

"모든 유권자 정보 분석 '데이터 마이닝' 주효 
올해 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캠프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미국 서부의 40대 여성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여성들은 오바마 지지자인 클루니가 여는 행사에 나와 기꺼이 선거 자금을 냈다. 캠프는 동부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열고 싶었다. 캠프가 선택한 인사는 뉴욕 배경의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였다. 6월 뉴욕에서는 그가 참석한 오바마 후원 행사가 열렸다. 
오바마 캠프가 유권자와 지역에 따라 맞춤형 행사를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데이터 마이닝'이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7일 "오바마가 2008년에는 영감으로 이겼다면 2012년에는 노력으로 당선됐다"며 승리의 비결로 정보 분석에 기반한 선거운동을 꼽았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도 7일 "정보에서 통찰력을 뽑아내는 컴퓨터 전문가들이 경험과 직감에 의존하는 선거 전문가들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며 "정치에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캠프의 데이터 마이닝 기법은 비밀이었다. 시카고의 캠프 구석에 자리잡은 데이터 마이닝팀 사무실에는 내부 인사의 출입도 제한됐다. 벤 라볼트 대변인은 "데이터 마이닝은 우리의 핵무기 코드"라고 밝혔다. 타임은 승리 확정 후 공개 조건으로 오바마 캠프의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소개했다. 
오바마 캠프는 2008년 대선이 끝난 후부터 재선을 겨냥, 데이터 마이닝팀을 강화했다. 인원을 5배 늘렸고, 슈퍼마켓 판매에 데이터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레이드 가니에게 책임을 맡겼다. 
데이터 마이닝팀은 유권자ㆍ기부자ㆍ자원봉사자의 명단, 휴대폰 번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아 일원화된 시스템을 만들었다. 오바마 캠프는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나이, 성별, 인종, 주소, 투표기록 등 유권자 정보를 종합해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맞춤형 접근 방식을 사용하는 등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했다. 접촉해야 할 유권자 목록도 이름이 아닌 설득 가능한 순서에 따라 작성했다. 
데이터 마이닝은 모금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누구의 이름으로 이메일을 보냈을 때 후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지를 분석해 서명을 미셸 오바마, 조 바이든 등으로 바꿨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모금에서는 카드 정보를 입력하는 불편 때문에 한번 모금에 참여한 사람이 다시 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활용했다. 
경합주에서도 데이터 마이닝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하이오에서는 유권자 2만9,000명의 정보를 모아 활용했다. 캠프 총괄책임자 짐 메시나는 오하이오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나는 누가 투표할지, 어떻게 하면 그들의 표를 얻을지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승리를 확신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마이닝팀은 컴퓨터로 매일 6만6,000회 가상선거를 하며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승리 가능성이 있는 경합주에 자원을 집중했다. 데이터 마이닝의 위력은 선거가 끝나면서 입증됐다. 경합주에서 오바마 캠프의 예측과 실제 결과 간 차이는 0.5%포인트 미만에 불과했다. 

이 같은 '데이터 선거 전략'은 공화당의 전통적인 선거 기법을 능가했다. 민주당은 꼭 필요한 지역에 돈을 썼고 박빙 지역에는 롬니를 비난하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스탠포드 정치과학과 샨토 렌거 교수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 캠페인에서 모빌리제이션(Mobilization - 시시각각 전략을 바꾸고 움직이는 타깃형 선거 운동 방식)을 Next level로 끌어 올렸다. 어디에 무슨 메시지가 작동하는지 알고 시사각각 움직였다. 돈은 양당이 비슷하게 썼다. 하지만 전략은 달랐다. 모빌라이징. 이 것은 이번 선거에서 휴리스틱 유권자들에 큰 턴아웃이 됐다"고 의미부여했다. 

여기에 한명 더 소개할 사람이 있다. 바로 '슈퍼 크런처' 네이트 실버(Nate Silver)다. 
슈퍼 크런처는 데이터로 승리를 이끄는 혁신가를 말하는 것으로 2008년에 예일대 이언 에어즈 교수가 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에도 2009년에 번역돼 나왔다. 
나는 그가 미국 선거 역사를 바꿔놓은 인물중 한명으로 후대에 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이트 실버는 뉴욕타임즈에서 Five Thirty Eight 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자료를 내놓아서 관심을 끌었다. 선거 기간 내내 538 사이트는 뉴욕타임즈 사이트의 핵심이었다. 대선 전에 뉴욕타임즈를 포함, 모든 매체가 '초박빙'이라고 예상할때 그는 데이터에 기반, 오바마가 31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25명에 그친 롬니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종 결과는 플로리다를 합쳐 오바마가 332석을 가져갔고 롬니는 206석에 그쳤다. 
반면 롬니가 크게 이길 것이라고 점친 갤럽은 웃음거리가 됐다. 갤럽은 최종 예측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 기간 내내 롬니가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수많은 여론기관에서 '박빙'이라고 예측할때에도 우직하게 '롬니 우세'를 점쳤다. 
이에 대해 샨토 렌거 교수는 "갤럽이 우습게 됐는데 아마 모집단이 너무 낡은 것 같다. 공화당에 쏠린 사람들이 모집단으로 과거에 대거 뽑혔는데 안바꾼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것도 2012년 커넥티드 시대의 핵심 키워드다. 슈퍼크런처는 선거를, 정치를, 나라를 바꿨다. 

오바마 캠프의 수훈 갑. 시카고 데이터 분석팀. @Time.com



 *시사점 : 한국에서는 기업이나 정부나 언론이나 정치인이나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알면서도 정작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주민등록번호, 핸펀 번호나 수집하고 앉았네... 더구나 SNS를 자신의 고객(유권자, 소비자, 독자, 정책 소비자)을 좀 더 정확히 알고 그들에게 맞는 타깃 광고를 하면서 인터렉션(상호 교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파겐다 수단, 내용 전파 수단으로 쓰고 있다. 빅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소개된지 2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대학 통계학과, 수학과 인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장 비싼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데이터 분석가'다. 정치인들은(대선 후보 포함) 열심히 SNS 계정을 만들어 팔로하기에 급급하다. 유권자가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으며 무엇을 클릭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맞춤형 정책을 개발해서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생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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