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4일 일요일

애플 2.0 시작됐다



새 애플스토어의 '원형(Prototype)' 등장 

지난 금요일(2012년 11월 2일) 미국 전지역에서 아이패드 미니 판매가 시작됐다. 팬보이들은 여전히 줄을 서고 아이패드 미니를 안고 기뻐했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출시와 같은 열기는 찾아보긴 힘들었다. 난생 처음 보는 제품이 아니니까 흥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아이패드 미니 출시도 있고 해서 이번에 새로 오픈한 스탠포드 유니버시티 애비뉴에 있는 애플스토어를 찾았다. 팔로알토 애플스토어는 애플 본사 매장보다 더 유명한 사실상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유명하다. 새 아이폰이 출시됐을때 스티브 잡스가 둘러보고 팬보이들과 같이 얘기하는 장면은 계속 기억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새 제품 나올때 소비자 반응을 둘러보려고 둘러본 매장(집에서 걸어갈 수 있으니까) 아닌가. 
새로 오픈한 이 매장은 예전 매장 길 건너 오른쪽 맞은 편, 파리바케트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구 매장이 약간 좁고 고전적이다(Classical)란 느낌이 있다면 새 매장은 '잘나가는' 애플을 상징하듯 메탈릭하고 웅장하며 탁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4를 보고 있는데 애플 관계자들이 희뭇한 미소를 지으며 둘러보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공항' 같은 느낌을 받은 팔로알토 애플스토어는 앞으로 오픈하거나 리노베이션하는 애플스토어의 원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매장을 보면서, 스콧 포스톨 경질(http://jackay21c.blogspot.com/2012/10/blog-post_29.html)을 떠올리면서, 팀쿡이 이끄는 '애플 2.0 (Apple 2.0)' 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손길이 점점 지워지고 팀쿡식 애플이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지난주(10월 마지막주) 새로 개장한 팔로알토 애플스토어.
스탠포드대 앞 유니버시티 애비뉴에 위치해 있다. 구 매장 맞은편 


내부에서 본 새 애플스토어. 구 스토어보나 넓어졌고 메탈릭하고 탁 트였다.
구 스토어는 플래그십 스토어치고는 작은 편이었다.
새 마장은 마치 공항에 온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이 아이패드와 놀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다른 매장에서는 본적이 없는데 아마 이 매장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 같다. 

애플 제품을 손봐주고 각종 문제를 해결해주는 '지니어스바'는 확 넓어졌다.
그리고 로열블루색 티셔츠를 입은 직원 약 50명이 매장에 진을 치고 전체 매장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애플스토어의 이 같은 온오프라인 판매 방식은 앞으로 많은 유통 매장이 더 따라하면서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유가 된다면 '애플스토어의 비밀'이란 글을 쓸 예정. 애플스토어에 대한 분석은 적지 않았으나 한국에서 애플스토어가 들어오지 않아 여기가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왜 열광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 이 매장은 커넥티드 시대 오프라인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교과서와 같다.


새 제품은 없지만 SW 디자인 확 바뀔 듯

1. "오마이갓 모멘트"는 없다. 

올(2012년)초 애플은 "앞으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를두고 호사가들은 "아이폰5가 드디어 나오는구나" "iOS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있겠구나" "아이패드 미니가 나올 것 같다"고 루머를 쏟아냈고 이 예측은 대체로 거의 맞았다.
팀쿡이후 바뀐 애플의 특징은 '예측 가능한 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http://jackay21c.blogspot.com/2012/07/blog-post.html
'예상대로' 애플은 2012년 하반기에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맥북 등 전제품에 대한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했다. 
애플이 내놓을 새 제품으로는 이제 'iTV' 밖에 없다. 하지만 "TV는 취미다"라고 한 잡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애플이 TV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것을 보면 향후 1년간 iTV를 보긴 힘들지 않을까 싶긴하다. 
그렇다면 2013년 예상되는 애플 제품 라인업은 1. 레티나 장착 아이패드 미니2(확실시됨. 2013년 9월?) 2. 아이폰6(가능성 높음. 6~9월) 3. 아이패드5(아마도.. 9월) 4. 아이팟 5. 맥 
애플 경영진의 입에서 이제는 "와우.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또렷하고, 경쟁사보다 더 .. 더 .. 더 .." 란 말을 들을 일만 남았다. 당분간 "오마이갓. 저건 또 뭐야??"라는 탄성을 지를일은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이 누구나 예측 가능한 뻔한 '밑그림' 때문인지 애플 주가는 600불이 깨져서 596불(2012년 11월 1일 종가 기준)로 내려 앉았다. 

2. 진정 파괴적 혁신은 없단 말인가. 

그렇게 보인다(Most Likely). 애플식 혁신이 미친 영향이 한두 분야인가. 그래서 애플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고 자동차, 가전 등 전 산업 분야가 긴장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없어 보인다(당분간을 강조하고 싶다. 이 회사 예측가능하게 된지 얼마 안됐다). 구글차, 구글글래스 처럼 애플이 '엉뚱한' 개발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최근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2012년 fiscal year) 연구개발(R&D)에 34억달러를 썼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10억달러나 늘어난 수치다. (참고자료 http://goo.gl/ZhMeU ) 
이 자체로만 보면 대단한 수치임에 분명하지만 좀 따지면 실망스럽긴 하다. 애플의 R&D 비중은 올해 매출의 2%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1년 이미 52억달러를  R&D에 지출했고 MS는 무려 98억달러를 지출했다. 애플이 크게 늘렸다고 하지만 구글이나 MS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수치임에 분명하다. 
구글은 "검색엔진 회사가 왜 안경을 만드나"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구글글래스와 구글카 등의 시험모델을 선보이며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중이다. MS는 신나게 애플따라하기 하면서도 키넥트를 넘어서는 생활을 바꾸는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다. MS R&D센터는 세계에서도 알아준다. 하지만 애플은? 
애플식 혁신은 모바일 디바이스 분야에서 빛이 난다. 여기도 혁신의 여지가 많다. 교과서, 콘텐츠 등 다양하다. 하지만 '맵게이트'에서도 드러났지만 애플은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웹에서 발전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인한 '모핑 디바이스(Morphing Device)' 혁신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팀쿡 아래서 '아이글래스(iGalss)'나 '아이카(iCar)' '아이스테포스코프(청진기)' 등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3.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확 바뀐다. 

그러나 애플은 당분간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확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조나단 아이브가 스콧 포스톨이 담당하던 소프트웨어 분야를 맡았기 때문. 
조니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나 스콧 포스톨이 좋아하던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을 확 바꿀 것으로 보인다. 스큐어모피즘이란 제품 원형의 성질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뜻한다. 예를들어 아이북스 아이콘과 소프트웨어를 진짜 책장처럼 디자인하는 식이다. 스큐어모피즘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고 "구식이다"라고 비판하는 팬들도 많기 때문에 조니 아이브가 디자인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대도 크다. 
내가볼때는 스티브 잡스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콧 포스톨의 '스큐어모피즘'은 쉽게 동의를 얻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iOS6에서 앱스토어가 바뀐 것을 보라. 스콧 포스톨은 스큐어모피즘을 구현한다며 마치 구형 테이프 레코더 같이 디자인을 해놨다. 전화 키패드도 촌스럽다. 이 것도 과거 전화기를 연상하면서 디자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니 아이브는 이 같은 디자인이 마음에 안들었고 스콧 포스톨과 충돌하다가 이번에 사단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조니 아이브는 단계적으로 애플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바꿀 것으로 보이는데 .. 이 것이 오랫동안 스콧 포스톨에 익숙해진 애플 내부 직원들에게 먹히면서 순항할지 아니면 충돌이 나면서 이상한 작품이 나올지가 2013년 애플 제품을 보는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4. 제품은 더 많이 팔린다
 -니치 플레이어에서 매스 플레이어로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은 것은 회사의 향후 방향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신호다. 
애플이 프리미엄 제품, 니치 시장을 공략하는 회사에서 'Mass Market' 을 공략하는 회사로 바뀔 것이란 얘기이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는 시점에서 10인치 제품뿐만 아니라 7인치 제품을 내놔서 넥서스, 킨들파이어, 갤럭시에 대항하는 제품을 내놓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이 제품은 어떤 시장,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7인치를 원하는 소비자를 잡을 수도 있고 저가 아이패드를 원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겠지만 .. 그게 애플이 평소에 추구하던 '목표'는 아니지 않았던가. 신문, 방송, 음악 등 미디어 소비 형태를 바꾸고 교과서를 혁신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만들었다고 밝히지 않았나. 7인치는 그 같은 '목표'에 부합한 제품인가? 아니면 많이 팔릴만한 제품인가? 팀 쿡은 후자를 원했고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더 익숙한 CEO인 것이다.  
어쨌든 '혁신'에 대한 대중의 갈망과 반대로 팀 쿡은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 될 것이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1st posting : 11. 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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