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8일 월요일

롬니가 세서미 스트리트를 퇴출시킨다고?




롬니의 PBS 예산 삭감 발언 이후 나온 패러디물.
세서미스트리트의 주인공 빅버드가 실업자 신세가 될 것 같다는 페러디다. 


“저는 EBS를 좋아하고 방구대장 뿡뿡이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EBS 예산은 삭감하겠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방대한 예산운영으로 정부 적자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만약 한국 대선 토론에서 한 유력후보가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유권자들은 “오 .. 대선 후보가 방구대장 뿡뿡이를 알아?”라고 생각했을까 “왠 뿡뿡이?”라고 생각했을까. 후자 아니었겠는가.
사실 이런 상황이 지난 3일 열린 미 대선 TV토론에서 실제로 벌어졌었다. 그리고 미국의 가장 인기있는 개그 프로그램 SNL에서 패러디하는 등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TV토론 후 개그콘서트에서 희화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일 열린 2012년 미 대선 첫 TV토론. 전체적 분위기는 “롬니가 이겼다"는 것이었다. 지지율도 올라서 공화당은 이제 해볼만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롬니는 여전히 승기를 잡은 것은 아니다.
특히 롬니가 TV토론 도중 “PBS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발언은 두고두고 씹히고 있다.
롬니는 TV토론 도중에 "PBS방송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할 것이다. PBS를 좋아하고, 빅 버드를 좋아하고, (사회자인 레러) 당신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계속 쓰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빅 버드는 우리도 잘 아는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머리 큰 새다. 지난 60년대부터 지금까지 PBS에서 방영되면서 엉뚱한 행동을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수학도 가르치고 기본 단어도 가르치는 미국인들에게 보면 “우리들의 친구"같은 존재다.
롬니는 이날 토론에서 “오바마 정부 예산과 지출이 너무 많고 이는 재정적자로 이어져 중산층을 가난하게 하고 있다. 재정적자를 매우기 위해 통화를 계속 찍어내고 있으며 이는 중국으로 빌린 돈과 같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비약이 너무 심했다 .그리고 재정 적자의 사례로 ‘PBS’를 찍은 것은 큰 실수임이 분명하다. 트위터, 페북은 물론 TV, 신문에서도 이 발언이 계속 씹히고 있다. “롬니는 역시 중산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미지도 재각인시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빅버드는 토론회 초반 분당 1만7천건이 넘는 트윗을 기록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빅버드가 출연하는 '세서미 스트리트' 트윗도 분당 1만건에 달했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  NBC 등은 "롬니가 빅버드에 해고통보를 했다"며 "이번 대선 토론에서 최대의 루저(패자)는 빅버드"라고 비아냥댔다.

여기까지 보면 롬니의 빅버드 퇴출 발언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별로 없다. “말실수는 치명타다" 정도일뿐.
하지만 우리는 “롬니가 왜 하필이면 ‘PBS’를 찍었을까?”, 아니. PBS는 왜 롬니와 공화당에 찍혔을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도 적지 않다. 왜냐면 미국의 미디어도 새로운 환경에 따라 격변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에 휘둘리는 미디어와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세력. 이에 맞서 독립적으로 저널리즘을 지키려고 하는 미디어와 기자들. 이 것이 ‘빅 버드’ 논란으로 번졌다.

PBS는 한국으로 비춰보면 KBS, EBS 및 영국의 BBC와 비슷하다. 미국 유일의 공영방송이다. 미국 각 지역 네트워크와 제휴를 통해 미 전역에 PBS와 NPR이라는 TV와 라디오 방송을 각각 송출하고 있다. PBS는 세금과 수신료로 운영되는 한국의 KBS와 달리 정부 보조금이나 수신료로 운영되지 않는다. PBS는 2012년 운영비의 15% 정도(4억4400만달러)만 연방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나머지는 시청자(청취자)의 기부, 판권 판매, 기업 후원 등으로 운영된다.
PBS나 NPR을 보면 “기부 하세요"란 광고를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들을 수 있는데 이는 재정적으로 독립하기 위한 방법이 ‘기부'가 가장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기부를 받기 위해 경쟁을 붙이기까지 할 정도다(하도 자주나와 짜증나까지 한다). 이런 방법으로나마 재정적으로 독립해 있다보니 진보에서 부터 보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세계 각국의 훌륭한 다큐멘터리도 수입해서 방영한다. 지나치게 상업화 돼 있는 미국에 그나마 있는 ‘오아시스 같은 방송'이 PBS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서민과 중산층, 다민족(에스닉) 이나 나 같이 영어공부하려는 유학생들에게는 필수 방송이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 같이 PBS의 ‘중립' ‘다양'한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공의 이익’은 자신들의 기준으로 보면 ‘진보적' 또는 심지어 ‘좌파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TV, 신문, 라디오 모두 ‘폭스뉴스(Fox News)'같은 방송을 원한다.(*롬니도 왠만하면 단독 인터뷰는 폭스를 통해서만 하고 다른 언론들도 롬니의 공식 입장은 폭스에서 받아서 쓴다. 이제는 당연히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공화당은 자신이 집권하면 2015년까지 그나마 있는 정부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놨고 이 같은 기조가 TV토론에서 롬니의 말로 갑자기 드러나게 된 것이다.
사실 미 정부가 PBS에 들이는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의 1%가 안된다. 그럼에도 공화당에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가 중도를 표방하는 ‘공영방송'인 셈이다.  




세서미스트리트 캐릭들의 반란 ㅋ 


롬니의 빅 버드 사태(?)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공영방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미국의 공영방송은 재정적으로 독립을 추구하면서 ‘중도'를 지키고 보편 타당한 방송을 통한 공공성을 확보하려 애를 쓰는데 한국에서는 ‘정권 수호'에 목숨을 바친다. 정권을 잡은 측은 자신의 프로파겐다를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서는 방송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비교적 합법적 방법(이사회라는 방식)으로 낙하산을 투하시킨다.
이는 한국의 공영방송 역사상 한번도 어긋난적이 없었기 때문에 ‘특정’ 정치세력만 비판할 것은 못된다고 본다.
공영방송은 ‘정부의 것’도 아니고 ‘정권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그 마저도 아닌  ‘캠프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공영방송 모델은 다르다. 영국 BBC도 일본 NHK도 미국 PBS도 한국이 ‘온전히'  따라가야할 모델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그 나라 정치와 사회, 문화가 섞여 있는 것이 현재 공영방송의 소유구조에 반영 돼 있고 콘텐츠로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공영방송의 장점을 따서 한국형 공영방송의 새모델을 만들어야 할 시기다. 수신료 인상, 광고 독립 등 구체적인 안보다 더 큰 그림의 논의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특히 권력을 잡은 소수 ‘캠프'의 검증되지 않은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매체가 되고 있는 한국의 공영방송 모델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정권을 잡은 이들이 방송을 '선전수단'으로 인식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 정권에서는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공영방송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를 바란다.


미국의 공영방송 PBS. 중도를 지키고 보편타당한 방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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