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9일 화요일

"이제 네가 나를 데리고 다니는구나"




아버지, 어머니와 롯데월드 신밧드의 모험에 탑승. 
셀카봉을 이용해 찍은 사진인데 ..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2015년 추석. 
우리 가족은 추석때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 이런저런 이유로 '롯데월드행'을 결심했다. 
추석 명절때 놀이공원 가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마치 사람 많고 차가 심하게 막힐 곳으로 인식된 곳에 일부러 찾아가는 무모함이랄까. 더구나 롯데월드는 이미 외국인 관광객이 점령했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사실 나는 롯데월드 보이(Boy) 였다(소설 냄새가 나긴 하지만 팩트다)
잠실역에 위치한 테마파크 롯데월드 어드밴처는 89년 개장했는데 당시 나는 중2. 나는 롯데월드 인근에 위치한 보성중학교에 다녔다. 보성중, 고등학교는 서울 혜화동에 있다가 89년 송파구 방이동으로 이사와서 첫해를 맞이했다. 
중2~3때 다닌 학원이 롯데월드 맞은편 잠실 주공 5단지 쪽. 학원 시간이 맞지 않으면 롯데월드를 돌아다녔는데 자주색 교복(보성 교복임을 알 수 있는)을 입고 있어서 (아쉽게도) 딴 짓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롯데월드를 구석구석 머리속에 집어 넣을 수 있었고 어트랙션도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는지 개장때부터 잘 알았다. 롯데월드 입구에서부터 최단거리에 어디로 가야 최적으로 놀 수 있는지도 알게 됐다. 
고등학교, 대학교, 이후에도 가끔 롯데월드에 놀러갔는데 친구들은 서울에 있는 재미있는 '놀이공원'이었지만 나에겐 추억을 넘어선 '성장 스토리'가 있는 곳이었다. 
나는 중2, 3학년때 반장을 했다. 어머니도 가끔 학부모 모임을 하러 학교와 롯데월드 주변에 오셨는데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았던 상황에서도 아들이 반장을 한다며 자주 근처에 오셔야 했다. 

이 사진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나는 활짝 웃고 있지만 
나는 한켠에 세월의 흔적을 느끼고 있었다. 

롯데월드의 인기 어트랙션 '신밧드의 모험'은 부모님도 탈 수 있었지만 옆에 있는 초대박 어트랙션 '바이킹' 은 탈 수가 없었다. 
바이킹이 65세 미만만 탑승할 수 있는 탑승 제한 어트랙션인줄은 몰랐기 때문. 앞에 조그맣게 안내문이 있는데 알게 뭐람. 바이킹이 65세 제한 이라니... 줄을 오래 기다렸음에도 탈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이제 '바이킹'도 탈 수 없는 나이란 말인가. 바이킹에서 나와 후룸라이드쪽으로 갔는데 이 것도 65세 제한이 걸려 있어 탈 수 없었다. 

부모님이 탈 수 있는 것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순간. 
어머니의 한마디. 

"예전엔 (놀이공원에 오면) 내가 너를 데리고 돌아다녔는데 이제 네가 나를 데리고 돌아다니는 구나.." 
"이게 세월이죠 모" 

2015년 추석. 
나에겐 또 하나의 스토리가 됐다. 



아버지 생일 파티를 (사실상) 처음으로 페밀리레스토랑에서 했다. 



얼마전 태어난 조카 태윤이까지 함께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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