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스콧 포스톨 사임과 애플의 미래




애플, '제 2의 스티브'라고도 불렸으며 잡스 사후에 2인자 후보로까지 올랐던 스콧 포스톨 애플 부사장이 회사 떠난다고 오늘(2012년 10월 29일) 밝혔다. 회사 보도자료가 나왔는데 보도자료가 그러하듯 온갖 레토릭으로 장식 돼 있다. 스콧 포스톨은 애플이 '맥 컴퓨터'에서 벗어나 모바일 회사가 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iOS를 개발한 주역이기에 오늘 발표는 아이쇼크(iShock)라고도 불릴만하다. 
방금 발표했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 기사가 나오겠지만 오늘 보도자료 발표만 본 나의 해석은 이렇다. 

애플맵게이트, 포스톨이 책임졌다. 

 1. 스콧 포스톨 사실상 경질? 
  스콧 포스톨은 지난 6월 애플은 WWDC에서 iOS6와 애플 맵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포스톨이 iOS 총책임자이기 때문. 올해 WWDC는 모바일 디바이스는 나오지 않고 맥북 업그레이드만 발표했기 때문에 사실상 스콧 포스톨이 주인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메인 메뉴는 '애플 맵'이었다. WWDC를 치뤘던 모스콘 센터 3층에 행사 시작 전에 베너를 가려놓고 행사가 마치자 마자 나오니 '애플 맵'을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그 정도로 애플 맵은 애플이 야심차게 준비한 것이었다. 
하지만 엉망인 맵으로 사용자 원성을 듣고 "애플 답지 못하다. 망해가는 신호탄 아니냐"는 평가를 받으며 팀 쿡이 사과까지 하게 한데 대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고 이를 스콧 포스톨이 진게 아닌가 싶다.  
더구나 포스톨은 내부 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고 이를 팀 쿡이 반영한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2. 애플은 구글이 아니다. -애플맵게이트 비하인드 스토리. 
 애플의 맵 게이트와 팀 쿡의 재빠른 사과는 올해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진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다. 여기엔 비하인스 스토리가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애플은 원래 구글과 지도 공급 계약이 내년까지 돼 있었다. 구글 맵이 오픈 소스로 누구에게나 공개됐다고 믿고 있는 사람은 이제는 없을 것이다. 구글은 맵으로 돈 버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사용료를 물린다. 
잡스와 에릭 슈미트 사이에 '구글맵' 미니넘 게런티가 돼 있었고 이 계약이 내년까지였던 것 아닐까 싶다(추측). 내년까지, 즉 iOS7 까지는 최소한 구글 맵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독자적인 지도 서비스를 내놓으려 해도 내년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완벽하게 준비하고 비밀스럽게 유지하다가 '짜잔' 하고 멋지고 놀랍게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불만은 애플 아이폰 사용자들에게서 먼저 나왔다. '실시간 내비(턴바이턴 Turn by Turn)'는 아이폰에서는 왜 안되냐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T맵'이나 '올레내비'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구글 맵이 그 역할을 한다. 교통 상황에 맞춰 "좌회전, 우회전" 읽어주는 기능은 가민(Garmin) 등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내비게이션 외에는 구글 맵만 가능한 기능이다. 실제 사용해보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단히 편리한 기능으로 이 것만으로도 안드로이드폰을 사는 이유가 충분할 정도다. 실제로 턴바이턴 기능은 미국에서 안드로이드폰 점유율을 크게 높이는데 기여한 1등 공신이다. 
하지만 구글은 이 기능을 '안드로이드폰'에만 넣었고 애플 아이폰에는 작동이 안된다. 즉 아이폰에 있는 구글맵은 지도를 볼 수 있고 최단거리 등이 똑같이 나오는데 유독 '턴바이턴'만 안된다. 
한국으로 치면 '다음맵'이나 '네이버맵'이 실시간 내비가 안되는 것과 같다. 
이에 대해 구글은 "애플이 OS 공개를 하지 않아 안맞는 것일 뿐이다. 제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애플 입장에서는 "너희 들이 감히.."라고 할만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애플은 서둘러 또 다른 내비업체 톰톰(TomTom)과 함께 '애플맵' 개발에 돌입했고 '3D 맵'을 무기로 애플 맵을 올해 6월 선보이게 된 것이다. 물론 턴바이턴 기능과 함께. 턴바이턴이 얼마나 중요했는가 하면 .. 새로운 애플맵 아이콘에 파란색 표시로 턴바이턴을 넣었을 정도다. 
구글 맵과 결별하고 애플 맵 개발을 주도한 것이 스콧 포스톨이다. 
하지만 애플 맵은 예상외로 엉성한 기능으로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고 맹비난을 받았다. 
즉, 애플은 구글과 같이 '베타(Beta)' 버전을 내놓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문화가 있는 웹 서비스 회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애플 맵은 어떻게 보면 '베타 버전'과 같은 것이었다. 
베타 버전을 내놓은 애플? 생소하다. 물론 웹 서비스 분야에서 애플의 실패는 이번이 맵이 처음이 아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모바일미'와 소셜 음악 '핑'도 실패작이다. 최근에는 '시리'도 결국 실패작 아니냐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하지만 맵은 달랐다. 회사의 향후 방향을 예고하는 것이었고 너무나 핵심적 기능이었기 때문에 애플 맵의 실패는 너무 아팠던 것이다.(애플은 현재 구글 맵을 사용하는 모든 서드파티앱 제조사에도 애플맵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퇴출시킬 것을 예고한 상황이었다. 이는 구글과의 또 다른 전쟁을 의미하고 생태계 전반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결국 팀 쿡이 사과하고 만다. 
팀 쿡이 사과하지 않고 애플 맵게이트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애플 맛갔다"는 평가를 계속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 쿡은 사과했고 애플은 오류를 인정했다.   

앞으로 애플은 어떤 방향으로 혁신을 하게 될까? 전세계 모든 기업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애플 직원들도 궁금해 한다. 오늘 발표가 일종의 힌트를 줬다고 본다. 

애플의 미래

1. 조나단 아이브와 휴먼인터페이스(HI)
애플 수석 부사장단 중에 빅2인 포스톨과 조니 아이브 중에 포스톨이 떠났으니 이젠 조니 아이브가 단독 2인자가 됐다. 
오늘 자료에서 조니 아이브는 기존에 디자인 분야 외에 '휴먼 인터페이스(HI)' 방향을 총괄한다고 발표됐다.  휴먼인터페이스는 스콧 포스톨이 담당하던 분야였다. 
조니 아이브는 애플 전제품에 구현된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뛰어넘어 휴먼 인터페이스를 융합시켜 제품에 전면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조니 아이브를 이해하려면 먼저 '디자인(Design)'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디자인을 제품의 외형을 그리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애플과 실리콘밸리 기업에 있어 디자인이란 건축의 '설계(Architect)'와 같은 것이다. 철학과 미학, 기술을 접목시킨 설계말이다. 위대한 건축가는 건물을 설계하는데 그치지 않고 도시까지 설계한다. 조니 아이브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설계자다.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발표때 비디오로 등장하는 조니 아이브는 "유니바디를 썼다.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 설계는 이렇게 했고 이를 위해 부품은 이렇게 적용했다"라는 것까지 말한다. 
조니 아이브가 2인자가 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본다. 
음성인식 시리(Siri) 외에 디자인이 접목된 다양한 기술 개발과 이의 적용이 예상된다. 앞으로 애플 제품의 키워드는 HI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2. 삼위일체 Trinity(HW+SW+Service)의 가속화

애플이 오늘 조직 개편을 발표하면서 제목을 HW+SW+Service의 협업(콜레보레이션)이라고 한 것은 회사의 기본 철학을 보여준다. 
사실 HW, SW, 서비스의 결합은 애플이 처음 밝힌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따라하자 이제는 전면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애플은 디바이스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같이 들어가는 플랫폼형 제품만 내놓을 것이다. 
애플의 성공을 분석한 수많은 기사와 책이 쏟아지면서 나온 컨센서스 중에 가장 핵심은 "애플은 아이튠즈, 앱스토어를 통해 각 제품을 수평으로 완벽하게 연결했다"는 내용이었다. 즉, 아이튠즈와 iOS라는 소프트웨어를 핵심으로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가 서로 호환하면서 완벽하게 연결된 구조를 갖춘 것이다. 여기에 iOS를 닮아가는 맥OS를 중심으로한 PC 라인도 갖춰지면서 매출과 이익이 사상 최대를 분기마다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애플은 제품과 부품까지 수직계열화도 완성시켰다. 완제품과 부품까지의 수직계열화는 오직 삼성전자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제품과 부품까지 완벽하게 디자인한다(물론 제조는 아웃소싱). 
애플은 제품과 서비스의 수평계열화와 수직계열화를 십자가 형태로 이뤄낸 전세계 유일한 회사다. 
이를 따라한 것이 최근 윈도8과 서비스를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항공모함과도 같은 MS는 방향을 트는데 2~3년이 걸렸고 이제 '애플 따라하기'에 전속력으로 발진한다고 최근 선언(윈도8, 서피스 출시)한 셈이다. 

3. 테크놀로지스 그룹 신설
 애플은 사실 세계 최고의 부품회사다. 정확히 말하면 부품 설계회사. 공장(팹, Fab)만 없지 설계 능력에서는 인텔과 퀄컴에 필적하고 있다. 애플이 신제품 발표회때마다 새 부품(A5, A6칩, 퓨전메모리 등)을 내놓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애플은 이번에 '테크놀로지스' 그룹을 신설했다. 이 그룹은 맨스필드 부사장이 맡는다. 애플 내부 각각 부서에 존재하는 무선기술팀을 합친 것 같다. 이 그룹에 반도체팀을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반도체팀이 "미래를 위한 야심찬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뭘까. 돈도 많은데 아예 대만 TSMC를 사들여서 부품은 인소싱해버릴까? ㅎㅎ 부품 전 분야에 걸쳐 삼성과 결별하기 위한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4. 유통 부분 사장 직속 흡수
 애플은 글로벌 유통 1인자이기도 하다. 코스트코나 타겟, 월마트, 베스트바이, 아마존 등 온오프라인 유통의 구루회사들도 애플을 벤치마킹한다. 존 브로와트도 회사를 떠나기를 하면서 유통 부분을 팀 쿡 사장 직속으로 만들었다. 애플스토어는 MS스토어 등 따라쟁이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 더이상 새롭지 않아 보인다. 최근 1~2년 사이에 애플스토어 매장 확대 외에 특별히 혁신적인 뉴스는 없었다. 하지만 팀 쿡 직속이 되면서 앞으로 애플스토어가 어떨게 바뀔지 궁금하게 됐다. 

*1st update 10/29/2012. 






댓글 3개:

  1.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비밀조직(?)애플의 미래에대해 통찰력 있게 써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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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정보와 더불어 작성하진 본문 또한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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